프랑스 당국, 텔레그램 설립자 기소…창립 이래 최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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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고관리자 조회146회 작성일 24-08-29 14:35본문
(서울=연합인포맥스) = 파베레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사법당국에 기소됐다.
이날 파리 사법당국은 지난 24일 시작된 두로프의 구금이 종료되자 그를 아동 음란물 소지·배포, 불법 약물 밀매, 메시징 앱 해킹 소프트웨어 배포 등의 범죄에 공모한 혐의로 예비 기소했다.
러시아 태생으로 프랑스 시민권자인 두로프는 텔레그램 내 불법 행위를 묵인·방치하고 프랑스 수사 당국의 정보 제공 요청에도 응하지 않아 사실상 범죄를 공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로르 베쿠아 파리 검사는 "사법적 요구에 대한 텔레그램의 응답은 거의 전무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텔레그램은 2013년 출시 이후 아동 음란물, 마약 밀매, 온라인 인종 혐오 선동 등의 수사에 반복적으로 등장했다"면서 "프랑스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들의 검찰도 이 문제를 다룰 때마다 같은 경향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두로프는 지난 24일 저녁 파리 외곽 르부르제 공항에 전용기를 타고 내렸다가 프랑스 수사 당국에 체포됐다.
이제 두로프는 법원의 감시를 받고 프랑스 출국이 금지되며 500만 유로(약 74억4천만 원)의 보석금을 내야 한다. 또 일주일에 두 번씩 경찰서에 출두해야 한다.
프랑스 수사 당국은 텔레그램 경영진이 플랫폼에서 벌어진 불법 행위에 대해 형사적 책임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계획이다.
수개월 혹은 수년이 걸릴 수 있는 이 조사가 끝나면 판사는 궁극적으로 두로프에 대한 기소 취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만일 불법 온라인 거래에 공모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되면 두로프는 최대 10년의 징역형과 50만 유로(약 7억4천만 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이번 기소는 텔레그램과 두로프가 회사 창립 이래 직면한 가장 중대한 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랑스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공유되는 콘텐츠에 대한 책임을 기술 기업의 경영진에게 묻는 일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지난 10년간 인터넷 자유주의자들의 영웅이 된 기업가에게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수년간 정부의 텔레그램 규제 시도에 저항해온 두로프가 이날 프랑스 당국에 기소되면서 사법당국이 기업을 어디까지 규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향후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될 전망이다.
두로프 측 변호사인 데이비드 올리비에 카민스키는 "소셜 네트워크의 수장이 자신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범죄 행위에 연루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완전히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텔레그램이 여타 미국의 빅테크 기업과 달랐던 점은 그간 이 회사가 사법 기관의 요구에 전혀 대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로프의 측근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지난 수년 동안 사법 당국이 보낸 소환장과 법원 명령을 무시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법원에서 보낸 서류들은 회사 이메일 리스트에 거의 확인되지 않은 채 쌓여있었다.
미국의 주요 빅테크가 변호사와 정부 고위 관리자 등을 회사 임원으로 발탁해 법 집행 기관의 요구에 대응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였다.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지난 10년 동안 러시아와 유럽, 중동을 오갔던 두로프의 제트기 생활은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그는 2021년 프랑스와 아랍에미리트 시민권을 취득했다. 또한 그는 카리브해의 섬나라인 세인트키츠네비스 시민권도 얻었다.
기술업계의 자금 지원을 받는 워싱턴의 싱크탱크 기술정책연구소의 사라 오 램 선임 연구원은 두로프에 대한 체포와 기소가 소셜미디어 업계 전반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프랑스에 도착하자마자 프랑스 정부가 누군가를 체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라고 반문하며 "사람들이 매우 우려하고 있다. 적어도 우리 입장에서는 더 많은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